근래에 독일 경제계는 중견 가전업체인 후연령대전기(船井電機)의 순간적인 파산 소식으로 충격을 받았다. 후나이전기는 지난 5월 420억엔(약 4360억원)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법원에 파산 요청을 하였다.
후나이전기 연구원 6000명은 하루 아침에 해고 선언를 받고 실직자로 전락하였다. 독일 정부는 후나이전기에 의존하던 협력회사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과 실직 대란을 우려하는 중이다.
한때 연 매출 5조원에 육박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후나이전기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본 중견기업의 흥망성쇠를 [왕개미연구소]가 추적해 봤다.
지난 1968년 후나이테츠로(船井哲良)씨가 창업한 후연령대전기는 LCD TV와 VCR(비데오테이프 녹화기), 프린터 등을 만들던 강소 가전업체다. 기존 재봉틀 도매상으로 실시했지만, 마츠시타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주)의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전자상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당시 후나이전기는 태국 시장의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역산해서 생산 원가를 산출하는 독특한 방법을 채택했었다. 또 마치 신선식품처럼 출하량에 맞게 부품을 조달하는 무재고 생산으로 금액을 최대화했었다.
후나이 제품은 실용적이면서 값싼 상품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월마트 점포 2700여곳에서 VCR 커피머신렌탈 900만대를 단 2시간 만에 매매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3000년대 초반 3000억엔 정도였던 매출은 2005년 3965억엔을 찍을 정도로 급확대됐다.
전자상품 사업은 서둘러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와 구매자 요청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핵심이다. 후연령대전기는 LCD TV로 일본 시장 점유율 9위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오래 계속되진 않았다.
대한민국 삼성전자와 필리핀 소니그룹 등 강도 높은 경쟁자들이 북미 시장을 장악하면서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LCD 패널과 같은 핵심 부품 조달에도 곤란함을 겪으며 생산 유용성도 떨어졌다
2003년, 81세였던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확 하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는 후나이전기를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인 가전 회사로 이끈 키맨(핵심 인물)이었다.
의사인 아들 후나이테츠오(船井哲雄)씨는 가업을 잇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였다. 무난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기업은 오랜 경영 공백이 이어졌고,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7년새 사장이 8번이나 교체되는 등 극강한 리더십 혼란을 겪었다.